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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컬럼/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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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건 참아도 가려운 건 못 참아

아픈 건 참아도 가려운 건 못 참아


 필자의 진찰실을 찾아온 환자 분들 중에는 “거기가 가려워서 왔어요”라고 말씀하시는 환자 분들이 꽤 많이 있다. 거기가 가려운 병을 항문소양증이라고 한다. 부위가 부위인지라 아무 곳에서나 시원하게 긁어댈 수도 없고, 긁을수록 더 가려워지고, 긁어대다가 항문 피부가 헐게되면 그 쓰라림으로 고통스러우니 항문의 가려움이란 마치 발바닥에 모기 물린 것처럼 처치곤란한 일이다.


가렵다는 것은 아프다는 것 즉 ‘병에 걸렸다’라는 개념과는 다르다고 생각되어지기 때문인지 가렵다는 이유만으로 선뜻 항문과 의사를 찾아 나서기에는 왠지 꺼려들 하는지라, 연약한 항문 피부가 코끼리 피부가 될 정도가 되어야만 찾아오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가렵다는 것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더군다나 거기가 가렵다고 남에게 고백하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이, 오로지 혼자만이 그 고통을 인내하고 투병(?)하는 외롭고 고독한 것이리라.


주여! 저희들은 고통(가려움)을 함께 나누자고 하면서도 실제로 다른 사람의 고통은 조금도 같이 나누어 가질 수 없는 인정머리 없는(?) 외로운 주님의 자녀들이옵니다. 불쌍한 저희들을 어여삐 여기소서. 옛날 우리가 가난하게 살던 시절에 항문소양증의 원인은 대부분 배변 후 항문을 충분히 깨끗이 씻지 못하거나, 요충 등의 기생충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배변 후 부드러운 화장지의 사용은 대단한 사치였던 것으로, 대부분의 가정은 신문지나 헌 공책을 찢어서 사용했었다.


그것도 요령이 있어 빳빳한 종이를 손으로 구긴 후 잘 비벼서 최대한 부드럽게 만드는 기술이 필요했는데, 그나마 부드럽게 만든다해도 뻣뻣하기는 지금의 휴지와는 비할 수 없었다.


잠깐 화장지에 관한 얘기를 하자면 아직도 세계인구의 2/3 가량은 배변 후 화장지를 쓰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도 1980년대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지금의 두루마리 화장지가 보급되었지 우리의 할아버지 세대만 해도 배변 후 감히 종이를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건방진(?)일로서 대부분은 나뭇잎이나, 지푸라기 또는 새끼줄을 사용하였으며, 에스키모나 몽고 사람들처럼 주로 고기를 즐겨먹어 딱딱한 변을 보는 사람들은 아예 종이 같은 것이 필요 없고, 인도와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손가락으로 훔쳐버리거나, 중동지방의 사막지대에서는 흔한 모래를 이용하며, 이집트 사람은 돌을, 파키스탄에서는 흙으로 만든 널빤지를, 미국 오지의 곡창지대에서는 옥수수 수염을, 지중해 연안 사람은 해면을, 아시아의 바닷가에서는 톳나물, 청각, 청태 등의 해조류를 즐겨 쓴다고 한다. 이런 방법들은 주로 서민들이 사용했던 방법이고 서양의 귀족들은 부드러운 거위 목덜미에 비벼 뒤를 훔치는 별난 풍습이 있었다고 하며 중국의 왕족이나 귀족들은 대나무로 만들어진 주걱으로 뒤를 훔쳤다고 한다. 말하자면 숟가락처럼 쓰고 난 뒤 손질을 해서 다시 쓰곤 하였던 것이다.


원래 종이는 2세기쯤 중국에서 만들어진 귀중품으로서 경전을 만드는 데나 쓰였지 왕이라 할지라도 감히 종이를 가지고 뒤를 훔치지는 못했다. 종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00년대 중반 인쇄술의 발달로 신문이나 잡지의 유인물이 나돌기 시작한 후부터일 것이다.


 이렇듯 귀한 종이를 아껴가며 닦다보니 닦은 후에도 황금가루(?)가 항문 주위에 남겨져 그것이 피부를 자극하여 가려움증을 일으킬 수 있었으리라.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우리 나라에서는 국가적으로 기생충 박멸사업을 국민의 후생 보건 사업으로 대대적으로 하여서, 한 달이 멀게 학생들은 채변검사(심지어 셀로판 테이프를 항문에 붙였다 떼어서 가져가기도 했다.)와 적극적인 기생충 약 복용을 실시하였고, 새마을 운동의 활성화로 농업의 현대화가 추진되고 인분대신 화학비료가 사용되면서, 기생충 감염은 현저히 줄어들어 이제는 기생충 때문에 항문이 가려운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도 어렵게 되었다.


최근에는 집집마다 변기에 비데를 설치하여 항문을 씻고 매일 목욕을 하는 귀족 생활을 하는 시대가 되었는데도 아직 필자의 진찰실로 ‘거기가 가려워서’오는 환자가 많으니 어찌된 일일까? 근래의 항문소양증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대변 속에 있는 자극성 물질이 항문을 통과하면서 항문주위의 피부에 알레르기 현상을 일으켜 생기는 일종의 접촉성 피부염이라고 추측이 된다.


 요즘에는 먹거리가 풍부해지면서 새롭고 다양한 종류의 외국음식들이 소개되고 우리들의 입맛을 유혹하는 여러 음식 속에 각 종 향신료와 자극성 있는 음식들의 분해산물이 대변에 섞여 나오면서 항문 피부를 자극한다고 여겨진다. 특히 커피나 홍차 등의 차종류나 초코렛, 치즈등의 유제품 등이 의심이 된다.


주님! 미각의 쾌락을 위해서 이것저것 맛있다는 것은 다 먹어보려고 하는 저희들을 어여삐 여겨주시고 저희들의 입을 즐겁게 하려는 나머지 죄 없는(?) 항문은 오늘도 가려움과 쓰라림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는 것을 저희들이 깨닫도록(?) 해 주소서. 현대에 와서는 질병이 의사만의 점유물이 아닌 시대가 되어 질병에 대해 많이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부끄러움 때문에 우선은 항문이 가려우니까 정체불명의 피부연고나 무좀약을 바르기도 하고 심지어 식초에 항문을 담그기도 하고 치약까지 바르는 환자도 있다. 하루는 40대 여성이 항문이 가려워서 필자의 진찰실을 찾아왔다.


 진찰을 해 보니 항문주위는 허옇게 피부색이 변했고 긁혀진 상처로 인해 보기만 해도 가려울 지경이었다. 환자는 가려워서 밤에는 잠도 못 자고 낮에는 남이 보는데서 긁을 수도 없어서 죽을 지경이라고 호소하였다.


아마도 가려우니까 환자는 밤에 잠을 자면서 자기도 모르게 꿈속에서 긁을 것이고, 배변 후 뒤를 닦을 때도 세게 닦을 것이며, 의자에 앉을 때도 일부러 모서리에 항문을 세게 부딪혀 볼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항문은 온갖 자극으로 인하여 이미 코끼리의 넙적 다리로 변해 있었다. 사실 항문소양증은 원인을 찾아내어 (치질로 인해 가려울 수도 있다.) 적절하게 치료하면 극적으로 빠르게 좋아지는 질환이므로 병원을 가능한 일찍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


주님! 오늘도 저는 항문 진찰을 끝낸 후 행여 소중한(?) 황금가루가 조금이라도 환자의 항문에 남아 묻어 있을까봐 조심스럽게 정성껏 닦고 또 닦습니다. 닦아드린 후 환자 분이 너무 고마워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에 저는 그저 속으로 감사할 뿐입니다.


 주님! 제가하는 일을 제 스스로 너무도 좋아하도록 해 주심에 감사드리며 늘 정성스럽게 구석진 곳의 가려움을 해결해주며 주님의 창조물의 일부인 뒤를 정성껏 갈고 닦는데 열정을 갖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 주소서!


 


 항외과 원장 임석원 토마스 아퀴나스


 **목5동성당 해나리에 실렸던 7번째 글입니다

  • 작성일
  •   :  200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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